인읽역

역사를 불러오는 중...

목록으로
숙종이 직접 찾아간 풍수 노인, 갈처사와 명릉 이야기

2026년 2월 11일

숙종이 직접 찾아간 풍수 노인, 갈처사와 명릉 이야기

조선 제19대 임금, 숙종.

그는 종종 무관 한 명, 내관 한 명만 데리고 백성의 삶을 직접 살피러 나섰다고 전합니다.

화려한 행차 대신 소박한 차림으로 민정을 살피던 날의 이야기입니다.

냇가에서 만난 총각

수원 근처 냇가를 지나던 중 숙종의 눈에 한 장면이 들어옵니다.

관을 옆에 둔 채 땅을 파며 울고 있는 한 총각.

이보게, 왜 이 냇가에 무덤을 쓰려 하오?

총각은 울먹이며 대답합니다.

갈처사라는 노인이 여기가 명당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파면 팔수록 물만 솟아납니다…

물이 고이는 자리. 가난한 백성에게 이런 곳을 명당이라 했다니.

숙종은 분노합니다.

곧 서찰 한 장을 써 총각에게 건넵니다.

이걸 들고 수원부로 가게. 수원부사에게 꼭 전하게 하시오.

서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어명이니 이 사람에게 묘터를 마련해주고 쌀 300가마를 하사하라.

수원부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총각은 그제야 자신이 만난 이가 임금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언덕 위 초막의 노인

숙종은 곧바로 갈처사를 찾아갑니다.

언덕 위 허름한 초막. 몇 번이나 불러야 모습을 드러낸 노인.

그대가 갈처사요?
그렇소.
냇가에 무덤을 쓰게 했다지요?
사실이오. 그런데 왜 그러시오?

숙종이 따집니다.

물이 솟는데 어찌 명당이라 할 수 있소?

그러자 갈처사는 태연히 답합니다.

그 자리는 시신이 묻히기도 전에 쌀 300가마가 들어오는 명당이오. 물이 있든 없든, 그게 대수요?

숙종은 순간 말을 잇지 못합니다.

자신이 방금 내린 어명. 노인은 이미 알고 있었던 듯했습니다.

임금을 기다린 명당

숙종이 다시 묻습니다.

그렇게 잘 아는 분이 왜 이런 초막에 사시오?

갈처사는 아래를 가리키며 말합니다.

저 아래 기와집에 사는 자들은 심뽀가 더러워 섞이기 싫소. 여긴 허름해 보여도 곧 임금이 직접 찾아올 명당이오.

숙종은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그럼 임금은 언제 옵니까?

갈처사는 방 안에서 낡은 종이를 꺼내더니 이내 깜짝 놀라 무릎을 꿇습니다.

전하! 소인이 전하를 몰라뵈었사옵니다!

숙종은 웃으며 말합니다.

괜찮소. 대신 부탁 하나 들어주겠소?

명릉이 된 자리

숙종은 자신의 묘터를 찾고 있다고 말합니다. 갈처사는 흔쾌히 돕겠다고 답합니다.

그가 정해준 자리가 지금 경기도 고양에 있는 명릉입니다.

숙종은 은 3천 냥을 하사합니다.

그러나 갈처사는 그중 단 30냥만 받습니다.

이 정도면 노자로 족합니다. 나머지는 전하의 이름으로 굶주린 백성에게 쓰십시오.

그 말을 남기고 갈처사는 더 묻지도, 더 받지도 않은 채 홀연히 사라졌다고 전합니다.

땅을 아는 사람

묘터 하나로 임금의 마음을 움직이고 명예와 부를 마다한 채 오직 자신의 뜻만 남긴 지관.

전설처럼 전해지는 이름, 갈처사.

그리고 그가 잡아준 자리에서 숙종은 지금도 잠들어 있습니다.

풍수의 지혜였을까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본 통찰이었을까요.

땅을 읽은 사람이 임금의 마음까지 읽어낸 이야기로 남아 있습니다.

관련 영상
관련 영상 보기
목록으로

참고문헌

  • 나만의 국가유산 해설사

본 콘텐츠는 인읽역이 직접 기획·작성한 글이며
모든 저작권은 인읽역에 있습니다.
무단 복사, 캡처, 재편집, 재배포, 재업로드 및 2차 가공을 금합니다.

인읽역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채널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역사 콘텐츠 확장에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