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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릉에 함께 잠든 고양이

2026년 2월 11일

왕릉에 함께 잠든 고양이

숙종과 금손 이야기 조선 제19대 임금, 숙종.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수많은 신하와 왕비, 후궁을 내치며 권력을 장악했던 군주입니다. 강한 결단력과 냉혹함으로 기억되는 왕이지만, 그의 삶에는 조금 다른 결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바로 한 마리 고양이입니다.

굶주린 고양이와의 만남

어느 날, 숙종은 아버지의 능을 다녀오는 길에 궁궐 근처에서 굶주려 쓰러져 있는 노란 고양이를 발견합니다. 그는 그 고양이를 궁으로 데려와 직접 이름을 붙입니다. ‘금덕(金德)’ 왕이 손수 이름을 지어주고 보살폈다는 것만으로도, 그 애정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덕은 새끼를 낳은 뒤 오래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납니다.

금손, 왕의 무릎 위에 앉은 존재

금덕이 남긴 새끼. 숙종은 그 아이에게 '금손’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더욱 아꼈습니다. 밥을 먹을 때면 고기 반찬을 덜어주었고 정사를 볼 때면 무릎에 올려 쓰다듬었으며 같은 이불을 덮고 잠들기도 했습니다 당대 문인들도 이를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김시민은
용상 곁에서 자는 유일한 존재가 고양이였다
고 전했고, 이익과 이하곤 역시 숙종과 고양이의 깊은 교감을 글로 남겼습니다. 왕에게 고양이는 단순한 반려 동물이 아니었습니다. 끝없는 정쟁 속에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존재였을지도 모릅니다.

1720년, 마지막 곁

1720년, 숙종이 승하합니다. 금손은 며칠 동안 먹지 않고 빈전 곁을 맴돌았다고 전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계단 아래에서 죽은 채 발견됩니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이는 숙종의 왕비인 인원왕후였습니다. 그녀는 고양이의 시신을 비단으로 싸서 숙종의 능인 명릉 옆에 묻도록 명합니다.

살아서는 왕의 품에, 죽어서는 왕의 곁에

왕릉 곁에 함께 묻힌 고양이. 기록 속에서 금손은 권력도, 당파도, 이해관계도 없이 그저 한 인간의 곁을 지켰던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냉혹했던 군주.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무릎을 내어주던 한 사람. 숙종과 금손의 이야기는 조선의 왕릉이 단지 권력의 상징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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