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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남긴 아버지, 씨를 남긴 아들

2026년 2월 12일

죄를 남긴 아버지, 씨를 남긴 아들

1895년 10월 8일 새벽, 경복궁 곤녕합. 조선의 국모가 궁궐 안에서 살해되고 시신이 불태워지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역사에 길이 남은 비극, 명성황후 시해 사건입니다.

경복궁을 뒤덮은 칼과 횃불

이 작전을 지휘한 인물은 일본 공사 미우라 고로였습니다. 낭인들과 무장 세력이 새벽 궁궐을 침입했습니다. 그들 가운데에는 조선인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황후를 찾아낸 무리들은 그녀를 끌어내 참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웠습니다. 국권이 무너져 가던 시기의 상징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 중심에 있던 조선인, 우범선

이 사건에 깊이 가담한 인물 중 한 명이 조선 무관 출신의 우범선이었습니다. 개화당 계열로 일본과 밀착했던 그는 권력의 흐름 속에서 황후 제거에 관여합니다. 사건 직후 그는 일본으로 도피합니다. 그곳에서 일본 여성과 결혼했고 아들을 얻습니다.

우범선의 아들, 우장춘

그 아들의 이름은 우장춘. 아버지의 죄로 인해 조선에 발을 들이기 어려웠던 삶.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조선인의 피를 이유로 차별을 겪었습니다. 그는 정치나 군인이 아닌 과학자의 길을 선택합니다. 식물학과 유전학. 그가 붙든 것은 칼이 아니라 씨앗이었습니다.

광복 후, 조국으로 돌아오다

광복 이후, 우장춘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선으로 돌아옵니다. 전쟁과 가난으로 황폐해진 농업 현실. 그는 씨앗을 통해 나라를 다시 일으키고자 했습니다. 씨 없는 수박 다수확 벼 품종 병에 강한 씨감자 수많은 개량 품종이 그의 손에서 탄생합니다. 굶주림에 시달리던 땅에 새로운 생명을 심었습니다.

말하지 않은 이름

우장춘은 평생 아버지의 죄를 앞세우지 않았습니다. 대신 연구에 몰두했고 땅을 살리고 농민을 살리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한 사람은 역사의 비극에 가담했고 다른 한 사람은 씨앗으로 희망을 남겼습니다.

지워지지 않는 역사, 다시 심을 수 있는 미래

역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위에 무엇을 새로 심을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우범선은 죄를 남겼고, 우장춘은 씨를 남겼습니다. 칼이 남긴 상처 위에 씨앗이 자랄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이 이 이야기의 또 다른 의미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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