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3월 22일
왕을 지키다 죽은 황보인, 그리고 가문을 살린 한 여종의 기록
김종서와 함께 북방을 개척하며 세종과 문종의 큰 신임을 받았던 황보인. 그는 문종의 유언을 받들어 어린 단종을 끝까지 지키려 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결국 비극으로 이어집니다.
김종서와는 다른 사람
김종서는 강직하고 독단적인 성격으로 젊은 신하들과 충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황보인은 달랐습니다.
그의 마음은 오직 선왕의 뜻에 있었고, 권력에는 조금의 욕심도 없었습니다. 성품은 인자하고 자애로워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고, 그를 따르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어쩌면 김종서와는 다른 의미로, 수양대군에게 그는 더 위험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제거되어야 할 인물이었습니다.
궁문 앞에서 쓰러지다
1453년. 황보인은 궁문 앞에서 칼에 쓰러집니다.
그의 죽음이 전해진 집안에는 단 하나의 선택만이 남습니다.
멸문은 피할 수 없다. 이 아이만은 살려야 한다.
단량의 선택
황보인의 둘째아들 황보흠은 세 살짜리 아들을 여종 단량에게 맡깁니다.
단량은 강보에 싸인 아기를 물동이에 숨겼고, 황보흠의 아내는 눈물을 삼키며 먹을 것과 패물을 넣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단량은 물을 길러 가는 여인으로 위장해 성문을 빠져나가는데 성공합니다.
800리 길
그녀는 아기를 업고 800리 길을 쉬지 않고 걸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경북 봉화의 닭실마을, 황보인의 사위이자 아이의 고모 집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그곳 역시 안전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수양대군의 손길은 이미 그곳까지 뻗쳐 있었습니다.
다시 시작된 도망
단량은 다시 길을 떠납니다. 오직 이 아이 하나를 살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겨울을 버텨냅니다.
그리고 마침내 동해의 끝자락, 호미곶 앞 바다에 닿습니다.
숨겨진 삶
그녀는 구룡포의 짚신꼴에 숨어 살며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웠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노년이 되었을 때, 단량은 장성한 아이를 불러 모든 사실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그렇게, 조용히 생을 마감합니다.
이어진 가문
그렇게 살아남은 황보가문은 3대를 이어 숨어 살다 구룡포에 정착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그 흐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포항에는 지금도 그녀의 충정을 기리는 비석이 남아 있습니다.
남겨진 마음
끝까지 왕을 지키려 했던 사람, 황보인.
그리고 그 충정의 핏줄이 끊어지지 않게 만든 사람, 단량.
황보인의 마음은 단량에게 이어졌고, 그 마음 덕분에 가문은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